서울국제여성영화제 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

새로운 물결은 지난 1-2년간 전세계에서 제작된 빼어난 여성영화들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여성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부분이다. 올해 새로운 물결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풍성하다. 이미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퀴어 시네마의 대표적인 일 세대 감독인 패트리샤 로제마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한 레즈비언 커플을 정겨운 시선으로 담아낸 뮤지컬 코미디 <마우스피스>를 선보인다. 주목 받는 오스트리아 감독 마리 크로이처의 <내 발 아래> 역시 중진 여성 감독의 영화적 역량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도드라지는 경향은 페미니즘 의식으로 무장한 신진 감독들의 약진이다. 고전적 서사의 남성적 응시를 뒤엎는 <멜랑콜리 걸>, 포스트모던 사회의 다중적 여성 역할을 탐색하는 <에바를 찾아서>, 집 없는 소년 그룹의 리더인 강력한 여성 인물이 등장하는 <제시카 포에버> 등은 새롭고 실험적인 영화 언어와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시선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영화 매체와 영화사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다시 읽는 작업은 최근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가장 가시적인 특징이자 성과이다. 이와 관련하여 두 편의 다큐멘터리 <델핀과 캐롤>과 <자연스럽게: 알리스 기-블라쉐의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목해 주기 바란다. 이 영화들에서 우리는 남성중심적 영화사가 기록하지 않은 선구자적 여성 영화인들과 조우하게 된다.
올해 새로운 물결에서는 또한 다양한 한국 여성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분단과 한국적 근대화의 역사가 초래한 것들, 인권, 여성들의 간의 관계 등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로 탐사하는 이 영화들은 오늘날 한국 여성영화의 현재적 성취를 보여준다.
권은선 / 부집행위원장, 프로그램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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