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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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여성영화의 힘

올해로 스물한 번째 해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영화제가 생긴 이래, 전세계의 여성주의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올해는 폴란드와 한국의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폴란드의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AMI)과 함께 폴란드의 여성영화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다. 지난 100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폴란드와 한국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로 말미암은 유사한 비극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중첩적이면서도 더욱 강하게 작용했다.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감독이 수용소 내 여성 포로들의 삶을 극화한 <마지막 무대>(1948), 공산화된 폴란드의 하층계급 여성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낸 <외로운 여인>(1981), 2차 세계대전과 공산화된 시기를 관통하며 이중 삼중으로 불행한 삶을 산 여성 집시 시인의 일대기를 담은 <파푸샤>(2013)는 폴란드의 역사와 함께한 여성들의 비극을 드러내고 기억하는 작품들이다. 지속해서 폴란드 여성운동의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이어나가는 마르타 지도와 피오트르 실리보프스키의 두 작품 <자유노조의 잊혀진 전사들>(2014)과 <우먼파워>(2018)는 각각 폴란드의 자유노조운동 안에서 활약한 여성 운동가들의, 교육권과 참정권 등 여성운동을 이끌었던 여성들과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칸과 베를린 등 최근 국제적인 주목을 받으며 폴란드 영화계의 현재를 이끌고 있는 여성 감독들의 영화 중 배반하는 여성 캐릭터를 압도적이고 긴장감 있게 표현해낸 수작 <타워, 눈부신 날>(2017)과 <낯선 여행>(2018)을 상영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마련한 폴란드 여성영화 특별전을 통해 폴란드 여성들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한 영화들, 폴란드 영화계의 현재를 이끌어가는 영화들을 봄으로써 폴란드 여성영화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권은혜 /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