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여자랑 결혼하는 남자?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하지 않은 커플이 있다. 이들은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이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이다. 같은 병원 동료 의사인 민수와 효진은 서로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위장 결혼을 한다. 밖에선 완벽한 신혼부부이지만, 옆집에 숨겨둔 각자의 애인과 이중 신혼 생활을 즐긴다. 그러나 예고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치는 민수의 부모님 때문에 효진의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다. 또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들킬지 모르는 그들의 위장 결혼은 위태롭기만 하다. 영화는 게이와 트랜스젠더도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사람들의 선입견을 드러낸다. 마찬가지로 여러 게이들을 등장 시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게이 모임의 ‘언니’들은 몹시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한 대화를 펼치고 있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들켰을 때도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남편(?)을 걱정해주는 효진의 이야기도 더 궁금해진다. 어쩌면 심각할 수도 있는 소재를 이렇게 유쾌하고 즐겁게 풀어내다니, 가끔씩 등장하는 지보이스의 노래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다고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밖에서는 서로를 알아보고 만나고 위로받고 함께 하지만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상처받는 이들, 또 그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시련, 물론 세상의 편견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들은 대한민국을 떠나지 않고 여기서 살아간다. 오늘도... [김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