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퀴어 레인보우 섹션은 성적 지향의 다양성을 지지하며, 그 다양성이 다른 문화권과 국가에서 어떤 갈등을 유발하고, 동시에 어떤 가능성을 생성하는지를 보여 주는 영화를 상영해 왔다. 올해 퀴어 레인보우 섹션의 영화들은 퀴어의 삶이 처한 각기 다른 지역성을 관찰하고, 퀴어 예술 운동의 성과를 반추하고 찬양하며, 날카롭고 열띤 논쟁과 행동이 조직되는 퀴어 대중문화 팬덤을 보여준다. 

<퀴어 지니어스>에 등장하는 5인의 걸출한 레즈비언 아티스트들은 공연예술을 공통점으로 하지만 지역 운동, 영화제작, 교육, 문학, 이론 연구 등 각자 예술 활동의 영역을 각기 다른 가지로 뻗어 확장시킨다. 세대와 활동하는 지역 역시 각기 다른 이들의 예술활동들은 스톤월 항쟁 무렵부터 현재까지 약 50여년간 미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의 굳건한 뿌리와 줄기, 잎을 보여준다. 카메라가 담은 공연과 풍경 역시 황홀하다. <퀴어 재팬>은 시부야 구의 동성결혼이 합법화 된 이후 일본 LGBTQ+ 커뮤니티의 말 그대로 '다양한' 사람들을 담아 낸다. 그들의 삶은 교차하거나 때로는 서로를 반박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들 삶의 단편들 중 가장 유쾌하고 진취적인 순간들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한편, 인도에서 2018년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 된 이후,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 계몽을 위한 공익 선전 영화까지 '동성애'는 하나의 인기있는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그 직전의 거대 도시 델리의 두 레즈비언의 일상과 고민을 따라가는 <자유로운 삶>은 퀴어의 삶에 있어 지역성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에서 레즈비언 대안 가족 꾸리기에 대한 시도를 보여주는 <담쟁이>, 논쟁적인 주제를 그만큼 사려 깊은 시선으로 다루고 있는 <리틀 걸>, 대중문화 팬덤에 대한 애정과 깊이를 담은 분석을 보여주는 <대중문화 퀴어링하기>, 인종과 종교, 계급, 지역 성과 같은 서로 다른 문화적, 정치 경제적 배경이 교차하는 가운데 생성되는 레즈비언 로맨스인 <사랑하는 소녀>, <우주인 조안>, <타하라> 역시 추천작이다.   황미요조 /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