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즈비언 영화는 80년대 식으로 ‘성정체성’이란 문제를 정치적으로 제기하는 경향을 띠기보다는 밝고 통통 튀는 상쾌한 코미디로 가는 경향이 있다. <늦게 핀 꽃>은 그런 면에서 작년 선댄스 영화제와 로스앤젤레스 게이레즈비언 영화제, 보스턴 국제여성영화제에서 대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늦게 핀 꽃>은 정치적인 진술은 접어두고 레즈비언의 사랑 얘기를 로맨틱 코미디라는 틀에 담아낸 영화이기 때문이다.
 도시 근교 고등학교의 사무원인 칼리는 수학교사이며 농구코치인 디나와 친구 사이. 칼리는 기혼녀지만 디나는 아직도 40대 처녀다. 자꾸 뚱뚱해지는 칼리는 디나에게 농구를 배우면서 생활의 활력을 찾아간다. 간혹 가벼운 육체적 접촉이 있을 때마다 뭔가 알 수 없는 어색함도 흐르지만 정신적, 육체적 친밀감은 깊어만 간다. 곧 둘은 레즈비언 관계를 맺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가족과 직장동료들에게 알리는 일 뿐. 곱지 않은 주위의 시선을 뒤로 하고 둘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바로 이 결혼식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 이 장면은 레즈비언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다소 충격을 주지만 로맨틱 코미디가 주는 웃음의 힘은 관객의 거부감을 덜어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미덕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중년 여성들이 동성애에 빠지게 되는 사회적인 배경을 보여주는 데에 있다.
 국내 개봉된 <조강지처 클럽>이 젊은 여자들에게 남편을 빼앗긴 40대 아줌마들의 복수를 다룬 ‘할리우드표’ 여성영화라면 <늦게 핀 꽃>은 할리우드 변방에서 피어난 색다른 여성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