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를 대주던 조모의 죽음으로 학업과 생계가 막막해진 한 여대생이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낯선 여인의 일기를 토대로 명망 있는 정치가의 숨겨진 딸 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기본 줄거리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1958년 단성사에서 개봉했는데 상영 당시 대대적인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신상옥 감독은 이 영화가 거둔 흥행성과를 경제적 기반으로 삼아 ‘신필름’을 설립하였다.
 주인공 소영(최은희 분)이 우연히 발견한 일기에 적힌 내용에 따라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긴장감과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일기의 중요한 의미는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과 가난이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소영은 남자에게 버림받고 거친 세파 속에서 혼자 힘으로 자식을 키우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일기 주인공의 비극적인 일생을 보며 매춘의 유혹과 위협 앞에 노출되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백미를 변호사로 성공한 소영이 살인죄로 기소된 여인의 최후변론을 하는 법정장면. 소영은 일기의 저자와 너무나 흡사한 삶을 살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여인에 대한 변론을 통해 매춘말고는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길을 마련해주지 않는 사회모순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