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의 촉망 받는 투자분석가인 로렐은 남성동료 프랭크 때문에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다. 옛 직장에서 비서로 있던 샐리의 도움으로 ‘큰 손’을 만나게 된 로렐은 아이디어는 좋으나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믿음이 안간다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즉석에서 로버트 커티라는 가상의 동업자를 만들어낸다. 그 덕택에(?) 로렐의 회사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로버트 커티의 명성을 나날이 높아간다. 사업이 번창해가면서 비밀에 싸인 로버트 커티의 존재에 대한 증권가와 언론의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로렐은 남장을 하고 공공장소에 나타나서 가상인물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소동을 벌인다. 남성의 여자, 여성의 남장은 코미디 장르에서는 전형적이고도 새로울 게 없는 소재이며 <동업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시드니 루멧 감독, 더스킨 호프먼 주연의 1982년작 <투씨>와 비교해본다면 여성관객들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성(性)보다는 이성으로 가장했을 때 재능과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은 잠시, 곧 자신이 창조해낸 가상의 정체성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은 억제당하고 또한 자신의 성은 성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동업자>에서 로렐의 경우, 성공을 위해 그녀가 부정해야 하는 정체성에는 성(여성)뿐만 아니라 인종(흑인)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