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파괴의 상징이며 동시에 새로운 출발의 기약이다. 영화 <화이어>는 관습에 얽매여 있던 과거를 청산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두 여성 라다와 시타의 의지를 불을 통해 상징한다. 이 영화는 변해가는 대가족을 통해 가족 내부의 세대관계와 부부관계를 검토한다. 또한 정신적 구원과 육체적 열정의 갈등, 신구세대의 가치충돌 그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의식을 표현한다.
 라다와 시타는 동서지간이다. 라다는 집안의 가부장인 아쇼크의 아내이며 전통적 가치관에 순응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거동이 불편한 야쇼크의 증조모를 돌보고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 노동력을 제공한다. 가족의 경제적, 일상적 생존이 그녀의 두 어깨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아쇼크는 신앙생활 외에는 생산적인 활동을 전혀 하지 않으며 젊은 아내의 성적 욕구를 무시한다. 시타는 아쇼크의 동생 자틴과 결혼한 새댁이다. 신혼의 환상이 곧 깨어지고 마는데 자틴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대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시타는 오랫동안 상실감에 잠겨 있는 대신 아름다운 손위 동서로 애정의 대상을 바꾼다.
 시타는 여성의 새로운 의식을 대표한다. 라다 또한 시타의 도전적인 태도에 약간은 머뭇거리면서 쫓아간다. 카메라는 이 두 여성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이 여성들은 남성들의 대상이 되는 대신 서로를 위해 존재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성공여부는 이 영화가 카메라의 관음성을 얼마나 탈피할 수 있는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