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사는 터키인 이민 노동자로 두 아이를 둔 40대의 가정 주부이자 청소부인 아남. 어느 날 남편이 동료인 백인 여자 청소부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그녀는 설상가상으로 아들 데니즈가 심각한 마약중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구나 아들은 마약 딜러의 손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집으로 가자는 그녀의 청을 뿌리치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 때부터 남편과 아들이 부재하게 된 가정을 딸과 단 둘이 지키면서, 마약과 범죄라는 낯선 세계 속에서 아들을 찾아나서는 그녀의 힘겹고 절망적인 시도가 시작된다.
 터키의 여성 감독 뷰켓 알라쿠스의 인상적인 데뷔작인 <아남>은 이질적이고 위협적인 공간 속에서 자신의 가정, 일, 정체성에 닥친 위기와 정면으로 대응하는 강인하고 사려 깊은 여성 아남의 삶과, 그녀를 둘러싸고 존재하는 다른 여성들과 그녀간의 끈끈하고 포용적인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그녀의 동료이자 친구들인 독일인 여성 리타와 흑인 여성 디디가 영화에 기묘한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아들의 여자친구로서 역시 마약중독자인 맨디와 아남의 유사 모녀관계는 맨디의 비극적인 죽음에도 불구하고 거부할 수 없는 울림을 가져다 준다.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