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페미니스트>는 포르노 여성 배우, 여성 제작자, 그리고 여권 운동가들의 인터뷰로 이루어진 대단히 논쟁적인 다큐멘터리이다. 이제까지 피해자로 그려져 왔던 포르노 산업 여성 종사자들이 자신의 직업적 소신과 성적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여성의 욕망을 맥락화하는 또 다른 방향의 물꼬를 제시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일이 여성의 성욕에 대한 제한된 범위를 보다 확장시키고 새로운 본능에 눈뜨게 하는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자긍심을 표출하며, 이러한 마인드를 바탕으로 성인 영화 제작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포르노와 그 제작 구조는 남성들이 만드는, 여성을 학대하는 “머저리 같은” 필름과는 분명히 다르며 남성 중심의 제작사가 지닌 여성 착취적 구조와도 확연히 구별된다고 믿는다. 여성이라는 자의식을 갖는 ‘페미니스트’로 자신들을 호명하고자 하는 그녀들은 “베이비 샤워”라는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여성으로 사는 고충을 나누기도 하고 다른 형식의 포르노 만들기를 시도하며 서로가 성장하는 과정을 격려한다.
 여성의 성적 욕망,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사이의 관계, 성적 대상으로 재현된 여성 이미지의 또 다른 전복성… 이제는 그것들에 대해 새롭게 진지한 고민과 토론을 할 시간임을 알린다는 점에서 <벌거벗은 페미니스트>는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며 연출자의 내레이션과 다채로운 인터뷰들의 행간 읽기가 중요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