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여성 감독인 락샨 바니 에테맛의 카메라는 온갖 종류의 차이와 모순들이 뜨겁게 소용돌이치는 2001년 제8대 대통령 선거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여, 선거라는 사건과 맥락 속에서 이란의 젊은이와 여성들이 어떻게 개입하고 참여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영화는 한편으로는 개혁주의자 후보 하타미를 지지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뒤쫓아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자 했던 한 여성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기록한다.
 700명이 넘는 후보가 난립하는 대통령 선거전은 이란 사회를 지배하는 당대적인 이슈들의 총 집합장과 같아 보인다. 그 속에서 이란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젊은이들은 테러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로 나선다. 하타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전단을 돌리고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기성 세대의 사람들과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하는 그들은 오로지 개혁과 변화에 대한 열망을 갖고서 이란 사회의 미래를 위한 실천을 벌여 나간다.
 두 번의 이혼 경력을 지닌 싱글맘인 아레주 바얏은 눈이 먼 어머니와 어린 딸을 부양해야 하는 25살의 여성이다. 그녀는 독신 여성에게 집을 빌려 주기를 꺼려하는 편견이나 여성에게 강요되는 경제적인 차별과 같은 힘겨운 현실 속에서 집 구하기에 나서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가 극복해야 하는 수많은 장애물들은 바로 지금 이란 여성들이 처한 사회적•경제적 모순을 축약시켜 보여 준다.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