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성폭력에 의해 분열되고 해체된 한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토론토에 살고 있는 아그네스는 어머니 로즈가 위중하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17살에 가출한 이후 처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아그네스는 어린 여자와 바람난 남편에게 집착하는 언니 테레사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자폐적으로 텔레비전만 보는 동생 루이스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오랜 만에 만난 아그네스를 반가워하기는커녕 그녀가 가족들이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상처를 다시 파헤칠까 두려워한다. 더구나 아그네스가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집에 머물자 두 사람은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곧 아그네스 특유의 유머와 배려로 세 자매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된다.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그네스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성폭행한 아버지와 대면하고, 자신이 낳았으나 다른 사람에게 입양시킨 딸 조우니를 만나며 자신의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던 과거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이제 아그네스는 나약하고 상처받은 소녀에서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변모한다.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극후반까지 몰입하게 한 감독의 연출솜씨와 아그네스 역을 맡은 몰리 파커를 비롯한 전 배우들의 호연이 빛나는 영화. (임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