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토론토국제영화제 | 2013 벤쿠버국제영화제

시놉시스

괜찮은 직업에 많은 친구, 안정적인 연애까지 에리카는 모든 것을 갖춘 여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완벽했던 삶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이전까지 잘 조율하던 감정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에리카는 집단 치료를 받기 시작하고 거기서 다른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데, 치료 중에 이들은 하나의 질문을 공유하게 된다. “만약 어느 날 아침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깨어난다면?” 그들은 자신들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삶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원하는 누구든 될 수 있는 그런 곳. 그들은 ‘호텔’에 체크인한다.

프로그램 노트

친구가 많고, 직업도 좋고, 모든 것을 뜻대로 살아 왔던 젊은 여성 인테리어 디자이너 에리카는 첫아이를 낳을 모든 준비가 되어있다. 언제 어디서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계획까지 완벽하게 세우고, 제왕절개 날짜까지 다 잡아놓았는데, 어느 날 밤 갑자기 닥친 엄청난 통증과 더불어 완벽한 삶이 한 순간 무너졌다. 조산으로 낳게 된 아기는 미숙아였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이 절망스럽고 혼란스러워진 에리카는 집단 상담치료에 참여하게 된다. 낯선 집단에 들어가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속내를 털어놓는 건 내키지 않고, 그러나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맺힌 속풀이를 해야 살 것 같은 상황에서 서로 겉돌고 서먹하기만 하다. 병이 낫기는커녕 화병이 더해질 판이다. 그런데 속풀이를 할 수 있는 그 어딘가가 호텔이라면? 호텔은 원하기만 하면 방도 바꿀 수 있고, 그러면 전망도 달라지고, 기분도 달라지는 곳이다. 그래서 에리카와 집단상담 치료 함께 받는 사람들은 호텔로 몰려간다. <호텔>은 자신은 반드시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꼭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억압으로부터 스스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바꾸고, 떠나고, 버리고, 나누는 것을 저질러 보는 사람들을 통해 처음에는 타자를, 결국에는 자신을 보게 한다. 물리적 이동이 곧 심리적 억압을 벗어나는 첫발을 떼는 것이 된 <호텔>에서 에리카와 동료들이 벌이는 자기 해방의 과정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에서 시작했지만 후련하고 즐거운 놀이판이기도 하다. 에리카와 동료들은 그렇게 찾아간 호텔에서 한바탕 요란하고, 우스꽝스럽고, 그러면서 아름다운 소동에 휘말린다. 호텔을 떠나 뚜벅뚜벅 걸어 나갈 용기와 힘을 얻을 때까지. [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