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부산국제영화제 대명컬처웨이브상 / 2015 예테보리영화제

시놉시스

 아영은 피부과에서 여드름과 검버섯을 짜는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양적으로 아영은 한껏 멋을 내고 다니며 값비싼 아파트를 보러 다니고 잘 사는 남자친구를 직장 동료에게 자랑하는 걸 즐긴다. 실제로 그녀는 알코올 중독인 언니와 집에 거의 들어오지도 않는 남동생과 낡은 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신용카드를 도용하고 신분증을 위조하여 자신의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프로그램 노트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아영은 집과 자동차 등 상품에서 남편의 직업과 친인척의 지위까지 대타자의 욕망을 현실화하려 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규정하고 배치한 그 자리를 언어로 욕망하는 것이다. <거짓말>은 여성의 \'허위의식\'은 사회의 규율 권력으로서의 여성성을 여성이 반성적 과정 없이 받아들일 때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이러한 반성적 과정이 바로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의식고양의 과정 아니 던가. <거짓말>은 여성공동체를 중요한 사회적 비판의 장소로 삼는다. 피부과 병원의 환자, 의사, 간호조무사 등 여성 집단이 주된 배경이 되는 <거짓말>은 피부과 간호조무사들의 모임과 그 자리에서 나누는 그녀들의 대화가 영화의 흥미를 더한다. 이들의 대화는 주로 남자, 외모, 손님 흉보기 등인데 이들이 중학교 선생님 애인을 두었다는 아영의 말을 믿지 않는 건 그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낮은 계급으로서의 자기 비하, 직업에 대한 텅 빈 소명감, 하층 계급 여성 서로에 대한 뒤틀린 질투와 서로에 대한 경멸에서 비롯된 것이다. 피해자라는 이름 아래에 감춰진 송곳니를 드러내어 서로를 상처 내고 상처받는 현장이 바로 여성 공동체인 것이다. 피해자의 세계에 혐오, 경멸, 자기 비하, 질투, 경쟁심이 파도를 이루며, 권리의 남용이 넘친다. 여성 안의 괴물성 혹은 부정성과 씨름하고 있는 여성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