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수상작

발견 

대상 <언제나, 앰버!> 리아 히에탈라, 한나 레이니카이넨 감독 

심사위원상 <속삭임> 헤더 영 감독

감독상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저우 쑨 감독 

<심사위원 총평> 

올해 심사위원 세 명은 ‘발견’ 섹션에서 상영한 12편의 영화를 보면서 때론 위태로운 사랑의 형태에 몸이 떨리고, 때론 고독한 여성들의 쓸쓸하고 고립된 삶에 공감했습니다. 어린 소녀로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여성 감독들의 시선은 여성들의 힘든 시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상실에 대한 고통, 우울한 감정, 쓸쓸한 정조, 절대적인 고독과 고립, 간혹 모호한 두려움과 불안에 짓눌려 허우적대는 그녀들을 만났습니다. 그녀들 모두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고, 불안으로 인해 고통 받습니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가 사라진 에세이 영화나 다수의 경험을 모아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을 통해 우리의 몸에 대해 사유하는 시적인 영화도 보게 됩니다. 여성 감독들은 여성 개인의 공간에 멈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타자를 찾아 나서고, 낯선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교류하고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밉니다. 그 대상은 역사와 신화로 향하기도 하고, 개인의 기억과 꿈을 잇고, 좌절된 소망과 실패한 관계를 성찰하며, 고된 빈곤의 굴레를 탐구합니다. 이 모든 순간, 카메라는 그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점이 감동적입니다.  

우리들은 이견 없이 <언제나, 앰버!>에게 대상을 수여합니다. 논바이너리, 그나 그녀가 아니라 그들이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앰버라는 매력적인 인물의 사소한 감정과 인생을 건 질문, 그리고 결단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생동하는 기운을 받게 됩니다. 다른 세대와 국가에 속한 앰버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젠더 이슈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앰버의 생각과 감정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진솔한 태도로 맺어진 공감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상은 <속삭임>입니다. 전 세계 이슈인 사회복지와 고독의 문제를 다루는 이 영화는 비 전문 배우들과 실제 장소에서 시나리오 없이 찍었기에 현대사회의 병증에 대한 묘사가 솔직하고 치밀하게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즉흥적인 환경에서 촬영했음에도 <속삭임>은 불행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더욱 고독한 존재로 남기로 결단합니다. 주인공과 보호소의 동물들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차갑지 않고 따뜻합니다. 관객들의 감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물에게 개입하지 않는, 사려 깊은 감독의 태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감독상은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의 저우 쑨입니다. 저우 쑨은 방황하고 의심하고 탐색하며 여름을 보내는 소녀의 한때를 잘 짜인 이야기 구조로 포착합니다. 주인공의 감정과 마음 상태에 집중함으로써 스스로 복수보다 성장을 선택한 소녀의 단호한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소녀는 세상을 향한 원망이나 가난한 아버지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을 몰아넣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활동하고 사고함으로써 영화가 다루는 사건과 인물의 범위를 넓혀가는 능동적인 인물입니다. 소녀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을 덧붙이려고 합니다. <은미>, <가만한>, <ㅅㄹ, ㅅㅇ,ㅅㄹ>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세 영화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다를지라도 그녀들은 살기 위해 탐닉하거나, 잊으려 하거나, 자신의 근원을 찾아봅니다. 청년들의 삶이 이슈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는 영화들입니다. 다만 나라는 정체성, 나의 현재, 나의 공간, 나의 우울감과 불안, 병증에 천착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삶은 모호한 형태로 우리의 시간과 활기를 흡수하곤 합니다만 조금 더 용감하게, 현실에 부딪혀 튕겨 나올지라도 세상을 열어젖히려는 시도를 만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위축된 마음이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영화들로 인해 조금이나마 풀어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수상하신 감독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발견’ 섹션에 초청된 모든 영화의 감독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합니다. 영화와 우리, 나와 당신이 서로의 눈길을 이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심사위원 김도영, 박인호, 이진숙 

아시아단편 

최우수상 <결혼은 끝났다> 백지은 감독

우수상 <다신, 태어나, 다시> 전규리 감독

BNP 파리바 아시아단편 우수상 <술래> 김도연 감독

관객상 <결혼은 끝났다> 백지은 감독

* 심사위원 특별언급 <호랑이와 소> 김승희 감독

<심사위원 총평>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경쟁 프로그램인 아시아 단편 섹션에서는 7개국 열아홉 편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극영화부터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현대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형식과 소재의 단편영화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의 심사위원단은 특히 아시아 단편 본선에 진출한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상영작들이 이뤄낸 성취에 주목했습니다. 한편의 영화 안에서 복합적인 내러티브와 다양한 표현 기법을 선보이며 풍성한 논의를 이끌어낸 단편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상영작들은 여성영화의 범주와 상상력을 확장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올해 영화제를 찾은 많은 관객들에게 유의미한 자극이 되었을 거라 믿습니다.

수상작을 심사하는 데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었지만, 저희 심사위원단은 특히 국제여성영화제에 걸맞는 여성주의적 시각을 영화가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에 주목했습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기존의 여성영화들이 보여주었던 시도들에 머물지 않고 창작자 본인의 예술적 감각과 근성, 용기를 통해 여성영화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영화들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세 편의 수상작과 한 편의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선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창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모든 여성 창작자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심사위원 강유가람, 손원평, 장영엽 

아이틴즈 

대상 <포도알을 잡아라!> 박혜빈 감독

우수상 <¹®±úÁü½ºÆ®> 김해은 감독

* 심사위원 특별언급 <솜> 류완희, 오해린, 허지은 감독

심사위원 박소현, 황미요조 

피치&캐치 

메가박스상 <목격자> 김신애 작가

옥랑문화상 <장기자랑> 이소현 감독, 이보람 프로듀서

피치&캐치상 <디어> 김지영 작가

포스트핀상 <멘탈과브레인사이> 김혜이 감독, 방아란 프로듀서

관객상 <아이> 정연 프로듀서, 강동헌 감독

심사위원 김난숙, 엄주영, 이정세, 조희영, 한경수

<시상소감>

어려운 때임에도 피치 앤 캐치를 통해 많은 여성감독들의 신작들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020년 피치 앤 캐치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시의적절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족과 사회에서의 차별과 억압,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과 연대의 시선에서 영화적 가치와 재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기획들이 많았습니다. 본선 진출작 모두에 유의미한 제작지원금이 주어지는 날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