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케 오팅거
오랜 ‘미의 잠’에서 깨어나 지하세계에서 모습을 드러낸 ‘피의 백작부인’은 충직한 하녀와 함께 붉은 생명의 묘약을 되찾기 위해 빈을 가로지르는 바로크풍의 여정에 나선다. 그 책이 뱀파이어의 적들에게 발견되어 읽히는 순간, 그들의 뱀파이어 세계는 위기에 처한다. 한편 채식주의자인 조카와 그의 심리치료사, 두 명의 뱀파이어 연구자, 경찰 수사관을 비롯한 다채로운 인물들이 이들의 뒤를 바짝 쫓는다. 기이하고 유머러스하게 뒤틀린 뱀파이어 이야기.
〈블러드 카운테스〉는 블랙 코미디의 관습을 빌려 온 풍자극이다. 정치적·인간적 구조를 예리하게 인식하면서도 눈빛에는 장난기를 머금은 채, 영화는 뱀파이어 세계의 도상학을 좇는다. 〈블러드 카운테스〉는 동시대적 주제를 그로테스크하게 압축해 그려내는 동시에, 재치 있게 그 결을 거스른다. 영화가 관객에게 불러일으키는 놀라움과 웃음은, 상상된 종말이 빚어낸 마비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해방의 첫걸음이 된다.
울리케 오팅거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국제 영화계에 깊은 족적을 남긴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예술가이다. 파리에서 화가와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경력을 시작한 그는 1970년대 초 영화 연출로 영역을 넓혔고,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아우르며 뛰어난 시각적 감각을 선보였다. 현재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작인 〈베를린 3부작(Berlin Trilogy)〉을 비롯해 치밀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