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 작업을 해 온 우줄라 비이만의 최신작으로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특히 그 경계 지점에서 어떻게 전 지구적으로 교환되고 있는가를 나사(NASA)의 위성 이미지, 위도와 경도, 물체 추적 장치 등을 이용, 여성의 위치가 탈구되고 전치되는 장소를 표식한 독특한 작품이다. 비이만은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감춰진 부조리한 현실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액티비즘 비디오와는 다른 방식의 액티비즘 비디오를 선보인다. 컴퓨터 가상 이미지, 인공 위성이 보내 온 사진 이미지, 디지털 매트릭스 코드 등을 뉴 에이지 음악과 연결지어서 우리의 기존의 지각 이미지를 뒤흔드는 시청각 이미지와 동시대 여성의 시공간을 연결짓는다. 비디오 아트라는 추상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이 가장 현실적이며 지표적이라 일컬어지는 액티비즘 비디오와 조우하면서 관객은 이 새롭게 펼쳐진 지각의 지평에서 비일상적인 시청각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작품은 동시대 여성은 이제 더 이상 로라의 집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거리에서 공적 영역에서 몸을 팔며 전 세계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음을 폭로한다. 제국은 집을 벗어난 여성을 다시 가둔 대저택의 미로 정원에 다름 아니다.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