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영화제(2023)
황윤
마지막 갯벌 ‘수라’의 새들을 찾기 위해 오늘도 집을 나서는 동필과 그의 아들 승준. 오래전 갯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포기했던 영화감독 윤은 이들을 만나 다시 카메라를 든다. 청춘을 바쳐 말라가는 ‘수라’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도요새, 검은머리갈매기, 흰발농게를 기록해 온 사람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담은 장편 다큐멘터리.
⟨수라⟩는 자연, 사회, 관찰, 고발, 참여, 사적 등 다큐멘터리라는 범주 앞에 수식으로 놓을 수 있는 소재와 스타일적 특성을 다양하게 펼쳐 놓는다. 우선 흰발농게를 필두로 영화의 엔드크레딧에까지 이름을 올린 서해안 갯벌 여러 생물들의 모습과 소리가 또렷하다. 이를 기록하고 자료로 남기는 인물들도 나온다. 그중 하나가 감독 황윤이다. 그는 2006년 새만금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 이래 마치 갯벌과 부침을 같이한 듯한 자신의 삶과, 갯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개발주의적 국가 폭력 및 미군기지 재배치가 향하는 소위 ‘신냉전’의 국제 정세를 담담하면서도 꼼꼼하게 내레이션한다. 다른 한 축에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특히 오동필과 오승준이 있다. 어쩌면 책임이나 소명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작품에서 언급된 표현을 빌리자면 “아름다움을 본 죄”로 갯벌을 지키고 회복시키려 애써 온 시민들이다. “카메라 한 프레임으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이 모습들을 ⟨수라⟩는 근접촬영, 고속촬영, 항공촬영 등으로 포착한 영상과 세심하게 디자인된 사운드로 최대한 담아내어 전달하고자 한다. 염습지로서 버티며 기적처럼 아직 “수라갯벌”은 존재하지만 매립과 신공항 건설, 나아가 그것이 초래할 거대한 위협을 앞에 둔 현재, “아름다움을 본 죄”를 함께 짊어지자고 관객들에게 촉구하는 듯 말이다. [이유미]
황윤HWANG Yun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미문학을 전공했다. 동물원에 갇힌 호랑이들의 삶에 관한 영화 〈작별〉(2001)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침묵의 숲〉(2004),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잡식가족의 딜레마〉(2015) 등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와 ‘생명’을 화두로 한 다큐멘터리로 한국 영화계에 전에 없던 길을 개척해왔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세계의 많은 영화제에 초청됐고,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 MediaNamu.Inc | KIM Sung-hwan | sura202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