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강경파 아마디네자드가 재선된 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저항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이는 중동 전역을 뒤흔든 ‘녹색 운동’의 물결로 이어졌으나,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고 참가자 다수를 체포하여 사형에 처했다. (당시 진압에 관여한 라이시가 2021년에 대통령이 되었고, 이듬해 9월에 쿠르드계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검거된 뒤 사망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고인을 기리며 거리로 나선 5백 명 이상의 시민들이 숨졌다.)

기억이 지워지면 역사가 반복될지 모른다 우려하는 바니 코슈누디는 침묵을 강요하고 시신을 없애버려도 잔존할 이미지 아카이브가 망각에 저항하리라 믿는다. 그리하여 20세기 초 ‘입헌 혁명’과 식민 시기, 석유 국유화를 추진했던 모사데크와 그를 축출한 국왕 팔레비, 팔레비를 쫓아낸 호메이니의 푸티지, 2009년에 시민들이 촬영한 동영상과 공권력의 채증 화면까지도 그러모은다.

자신이 〈침묵하는 다수가 말한다〉를 연출했다는 사실을 2013년까지 비밀에 부쳐야 했던 코슈누디는, 국내에서도 상영된 신작 〈유령의 언덕, 엘 치네로 El Chinero, a Phantom Hill〉(2023) 등에서 폭력의 이미지를 직시하며 다른 미래가 도래하길 기원하는 작업을 이란 밖에서 지속하고 있다. [신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