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수탄도 봉겔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파시즘에 대한 해독제는 친밀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다큐멘터리 역시 개인적이고 내밀하며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역사와 기억을 다룬다. 아파트르헤이트와 그로부터 더 거슬러 올라가는 흑인차별의 역사, 그리고 그로부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영향받을 수밖에 없었던 감독과 그녀의 가족들의 현재가 영화 전반부를 차지한다. 인터뷰와 과거 자료 영상들, 홈비디오, 사진 등등을 통해 아파르트헤이트,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났던 일시적인 독립국 ‘트란스케이(Transkei)’를 둘러싼 복잡한 갈등과 그로 인해 잔여로 남아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는 감독의 오랜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중점적으로 배치하고 있는데, 이 인터뷰를 통해 흑인됨과 백인됨에 대한 각자의 통찰과 곤란함 등을 지극히 사적이고 또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보다는 시적인 내레이션과 기도 등과 같은 퍼포먼스적인 장면들, 그리고 다양한 푸티지를 사용함으로써 보다 미학적인 시도에 도전한다. [함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