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숲과 호수에 둘러싸인 노르웨이 북부의 한 작은 마을에서 출발한다. 베라는 종종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식구 곁을 떠나고, 에이라는 언니의 정신과 마음에서 남모를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베라를 이해하고 싶어서 에이라는 언니의 일기를 몰래 탐독하기 시작한다. 인과를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텍스트, 금기를 깨부수듯 오리고 붙여내 콜라주한 이미지가 에이라의 눈앞에 점차 또 다른 세상을 열어젖힌다. 영화는 일기를 낭독하는 내레이션과 자매의 일상적 대화를 교차하며 시적 울림을 만들어 내는 한편, 베라가 겪는 고통과 변화를 환상적 이미지로 제시한다. 에이라는 그 속에 자리 잡은 어둠, 공포, 방황, 분노 등에 머뭇거리면서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언니와의 유대를 경험해 나간다. 영화는 정신적 로드 무비의 형태를 취한다. 베라를 미친 사람 취급하는 시선과 거리를 둔 채, 에이라는 신비로운 여행에 동참하고 가담한다. 그 속에서 베라는 참담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기후 위기와 동물성을 상실한 인간의 오만함 등을 향해 몸서리치는가 하면, 비밀스러운 힘을 간직한 존재와 소통하며 세상이 도달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질문한다. 현실과 환상,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휘젓는 매혹적인 미장센을 구현하는 작품. [차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