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대한씨름협회가 여자 선수 등록을 허가한 지 꼬박 10년 만이다. 2009년 임수정은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후 “영원히 남을 전설”로 회자될 기록을 세워 나간다. ‘금녀’의 구역처럼 여겼던 씨름판에 그렇듯 새로운 모래바람이 부는 사이, 또 다른 선수들이 등장하고 실업팀이 창단한다. 〈모래바람〉은 2017년 여자 씨름단 ‘콜핑’에 소속되어 동고동락했던 최희화, 김다혜, 양윤서, 송송화, 임수정의 자취를 따라간다. 최고의 실력과 단합을 자랑하는 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부터 코로나19를 맞닥뜨린 2021년까지 그들은 어떤 변화를 거쳐 왔을까. 영화는 다섯 선수를 한 명씩 화면 중앙으로 불러내어 이야기를 듣는다. 장마다 중심인물이 달라지는 구성이지만, 선수 생활의 영광과 고비를 고백하는 그들의 말은 서로 빈 곳을 채우고 겹치면서 일정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팀을 이적해도, 부상이나 슬럼프로 고립감을 느끼는 시기에도, 동료는 여전히 동료여서다. 몸과 몸을 맞대고 승부를 가르면서 다섯 선수는 애정과 존경을 두루 경험해 나간다. 영화는 선수들의 다부진 마음가짐과 꿈을 향한 열정을 전하는 동시에, 그들이 나이와 성별을 문제 삼는 시선에 얼마나 일상적으로 노출되는지 또한 살펴본다. 제한선을 긋는 세상에 외치듯 “나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거라고 말하는 선수의 얼굴을 비추며, 영화도 마지막까지 응원을 거두지 않는다. [차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