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하루, 소꿉친구 마리코의 죽음을 갑작스럽게 뉴스 기사로 접하게 된 시노는 친구를 학대해 온 부친에게서 친구의 영혼을 구해내고자 무작정 유골함을 훔쳐 바다 여행을 떠난다. 몸과 마음이 모두 부서져 버린 나의 사랑하는 마리코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과연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답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여행 속에서 시노는 마리코와의 추억을 다시 마주한다.
가정폭력의 트라우마로 착취적 연인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리코와 블랙 기업에서 일상적 언어폭력을 견디는 시노는 서로의 결핍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특별한 관계다. 언뜻 보면 ‘극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는 〈마이 브로큰 마리코〉의 순간들은 사실 ‘익숙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극 중 인물들처럼 우리에게도 폭력의 순간은 이유 없이 찾아오고, 누군가에게 내밀었던 도움의 손길이 나 자신을 구원하기도 한다. 가해자는 사죄하지 않지만 상처받은 이들은 서로를 보듬고 살아 나가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 순간에도 부서지고 있는 마리코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히라코 와카 작가의 동명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영화로 일본에서는 작년 가을에 먼저 개봉했다. [이선아, 시네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