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작은 찻잔과 밥그릇>은 재일교포와 결혼한 감독이 부부 찻잔과 밥그릇을 결혼선물로 받고, 부부의 찻잔과 밥그릇의 미묘한 차이를 통해 집단 최면, 무의식, 세뇌가 갖는 무서움을 그리고자 했다. 이정화 감독은 전통의 이름으로 인정되는 3㎜가 큰 남자의 그릇과 큰 찻잔 그리고 여자의 작은 그릇과 작은 찻잔이 어떻게 일본 사회에서 일상적인 것으로 수용되고 있는지, 언제부터 이것이 일본적인 것으로 되었는지를 묻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전통의 이름으로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자연적 차이로 인식되는 차별의 무의식적 세뇌를 감독은 자신의 어린 시절인 박정희 시기에 일어났던 정치적 메시지의 세뇌와 무의식적 일상화를 병치시키면서 경계에 선 사람들이 느끼는 폭력을 형상화하고자 한다. 감독의 의도가 얼마나 좋은 기록물이 되고 있는지를 기대해 보자. (김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