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배우의 고백>은 이제는 잊혀진 과거의 명배우 김진규가 자신의 숨겨진 딸인 남정임을 ‘은막의 스타’로 키우기 위해 애쓰다 결국은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이룬 뒤 숨을 거두는 눈물겨운 부성 멜로드라마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신의 실제 이름으로 등장한다. 더욱이 당대의 ‘충무로’를 주 배경으로 삼는 이 영화는 영화제작현장 및 그 주변 장면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면서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일종의 자기반영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더니즘적 시각과 형식은 부성애가 자아내는 파토스나 내러티브를 관통하는 통속성과 기묘하게 혼재한다.
 한 여성이 부성에 힘입어 허름한 식당 여종업원에서 만인의 사랑을 받는 ‘은막의 스타’로 변신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어느 여배우의 고백>은 사회적으로 ‘여배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잘 드러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이 남성감독 및 제작자, 그리고 아버지(동시에 대선배)의 언설 등으로 드러나는 ‘여배우에 대한 담론들’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편지를 읽는 아버지의 내레이션을 배경으로 하여, 그 목소리의 지시를 따라 여배우로 거듭나는 정임의 모습을 속도감 있게 이어붙인 몽타주는 사회적 기율장치로서의 담론의 힘과 그에 스며들어 있는 젠더 정치학적 함의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