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를 좋아하는 소녀 산드라는 새로 이사 온 데다 수줍음도 많아 주변 적응이 쉽지 않다. 집 안에 틀어박혀 갓난아기 동생과 놀거나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배회할 뿐이던 그녀에게 드디어 멋진 소년 마이크가 나타난다. 그런데 같은 반의 조숙한 소녀 나자는 자신의 여성적 매력을 무기로 마이크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산드라의 아버지는 마이크의 어머니와 밀회를 즐기는 것이 아닌가. 전혀 새로운 환경, 첫사랑과 훼방꾼의 등장, 그리고 아버지의 불륜으로 직면하게 된 어른들의 세계. 이제 마침내 산드라에게도 ‘성장통’의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소녀블루스>는 무엇보다도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것에 관한, 즉 ‘성장’에 관한 영화이다. 동시에 이제 막 발화하기 시작하는 십대 소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커다란 극적 사건이나 갈등 장치 대신 사소한 일상과 감정들을 섬세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포착함으로써 <소녀블루스>는 그 시기를 통과하고 있거나 혹은 통과한 세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특히 인물들의 내면풍경을 나타내주는 밝은 색채의 사용이나 정적이면서도 정교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프레이밍이 한층 텍스트를 풍부하게 해준다.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