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 타이페이>는 리 니엔 슈 감독의 아버지를 비롯 가족 모두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격동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또 오랫동안 고향을 가지 못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아버지의 고향, 중국 허베이로의 여정을 따라 개인적인 것과 공적인 역사를 솜씨 좋게 엮어낸 다큐멘터리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버지에게 새겨진 역사적 트라우마의 시작과 그의 현재 일상을 보여주며, 그가 왜 여장을 하고 있는지 그를 그대로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접근해가면서 여러 겹의 의미를 쌓아 올리는데 성공한다. 실제는 고통스러운 사건을 시적인 재연으로 그려내 은유적이고, 주관적인 이미지를 통해 영화의 시점을 다중적인 것으로 만들어 줄뿐만 아니라, 현실과 다큐멘터리 속 재현 사이의 경계를 두고 실험할 수 있도록 연출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