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캐슬린 헵번, 엘르 마이아 태일페더스 각본 및 연출. 원주민 로지가 격렬한 가정 폭력에서 도망치자 매우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원주민 여성의 세상이 충돌한다. 영화는 긴급하고 끔찍한 탈출로 시작하지만 모성의 복잡성과 지속적인 식민주의의 잔재를 탐색하면서 짧은 시간에 연약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여성들로 인해 확장된다.

프로그램 노트

엘르 마이아 태일페더스와 캐슬린 헵번의 <세계가 깨어져 열릴 때>의 원제는 4개의 언어로 표기된다. 영어, 북부 사미어, 블랙풋어. 콰키우틀어. 뒤의 두 개는 공동감독이자 주인공 아일라를 연기한 배우인 태일페더스의 언어이고, 콰키우틀어는 또다른 주인공 로지와 이를 연기한 배우 바이올렛 넬슨의 언어이다. 

피임 시술을 위해 산부인과를 다녀온 아일라가, 폭력적인 남자친구를 피해 맨발로 달아나던 임산부인 로지를 자기 집으로 데려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 과정이 자연스러운 두 여자의 연대와 자기 발견의 여정으로 이어지는 구출담이라면 모두가 행복하겠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교양있는 중산층인 아일라와 가난한 로지 사이의 벽은 아일라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고, 로지를 가두고 있는 구조적 문제 역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지만, 이는 결코 영화의 러닝타임 안에 완성될 수 있는 과정이 아니고, 늘 여유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던 아일라와는 달리 로지에겐 갈 수 있는 길이 많지 않고, 아일라가 여기에 개입할 여지는 더더욱 없다.

<로프>, <1917>처럼 러닝타임 대부분이 하나로 길게 이어지는 원 테이크로 구성된 작품이다. 영화는 이 기교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갖고 있다. <세계가 깨어져 열릴 때>는 태일페더스가 직접 겪은 짧은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으로, 영화는 불필요한 허구의 연장 없이 이 경험에 최대한 정직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려면 태일페더스가 연기하는 아일라의 경험을 시공간의 편집없이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 [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