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영화감독이 제작한 단편을 한데 모아 상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앙 프리실라 감독이 만든 단편 시리즈다. 이 시리즈에 <천국에서 하루만 더>이라는 제목 말고 다른 제목을 붙여야 한다면, 아마도 ‘HDB 블루스’가 가장 어울리는 제목이 될 법하다. 서울, 부산 정도 크기의 도시 국가 싱가포르. 이 도시 국가에는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계 사람들이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을 사용해 소통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 80% 이상은 HDB 아파트(싱가포르 주택개발청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HDB 아파트는 그 거주민들을 수직이든, 수평이든 어느 좌표축으로 추출해도 젠더, 인종, 언어, 문화, 계급 등 싱가포르의 국민 구성과 연관된 다양한 지표들이 교차하는 싱가포르인의 표본이 된다. 앙 프리실라 감독은 최근 싱가포르 신문의 사회면에 실렸던 기사 가운데 몇 가지를 추리고, 그 사건들이 HDB 한 단지에서 일어났으며 입주민들이 어느 식으로든 연관되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이 단편 시리즈를 만들었다. 그렇게 다섯 명의 사람들, 그리고 서로 우연히 얽히며 이어지는 다섯 사건은 하나의 스냅숏처럼 2021년 싱가포르의 풍경을 담아낸다.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