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볼티모어 심포니 음악감독에 취임하면서, 매린 올솝은 미국 메이저 오케스트라를 이끌게 된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었다. 어렸을 적, 레너드 번스타인의 ‘청소년을 위한 콘서트’ 공연을 보며 지휘자를 꿈꾸어 왔으며 나중에 번스타인의 수제자가 되었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과 상관없이 클래식 음악계의 성차별적 관행과 태도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올솝의 노력이 첫 번째 정점을 찍은 것이다. 이는 브라질 상파울루 주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 오스트리아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BBC 프롬스의 지휘대에 선 첫 번째 여성이라는 성취로 이어진다.

버나뎃 웨겐스틴의 <더 컨덕터>는 볼티모어, 빈, 상파울루, 런던을 분주하게 오가며 한동안 백인 남자들의 독점물로만 여겨졌던 클래식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자리에 오르려는 수많은 여성들의 선봉에 선 올솝의 과거와 현재를 따라간다. 이는 개인의 투쟁담이고 승리담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재능과 상관없는 이유로 길이 막혀 있던 클래식 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고 진군 깃발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날 무렵에 지휘봉을 들고 지휘대에 선 올솝의 수많은 제자들은 보다 다양하고 다채로워질 클래식 음악계의 미래를 보여 주는 듯 하다. [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