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새에겐 새집이, 거미에겐 거미집이, 인간에겐 우정이(The bird a nest, the spider a web, man friendship)”라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로 영화를 시작한다. ‘man’은 한국어로 번역할 때 그 함의에 있어 고심하게 되는 단어이다. ‘man’이 인간이라면 남성으로서(만) 인간이며, ‘man’이 남성이라면 인간 대표로서 남성(만)이다. <퍼스트 카우>는 블레이크에게,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1820년대 서부 개척지라는 시공간에게 아무런 모순 없이 당연했을 인간-남성이라는 전제를 문제시하고 해체하는 시도를 한다. 규범적 남성성 외부의, 즉 ‘인간’ 밖의 남성의 우정이 전면화되고, 그 우정은 휴머니즘을 보충하기보다는 (개, 도마뱀, 올빼미, 고양이, 소와 같은) 동물과 (원주민, 부랑자) 여성, 즉 비남성-비인간들과 연결된다. 영화는 종종 동물의 시점 숏을 포함하기도 한다. 즉, <퍼스트 카우>는 “인간에겐 우정이”라는, 영화가 시작할 때의 진술을 긍정하지만 동시에 의심한다. 영화는 쿠키와 킹루의 애정 어린 다정한 시간에 집중함으로써 영토와 자원에 대한 독점 소유권과 강탈이 중요한 축을 이루는 초기 미국 개척 신화와는 다른 시선들을 보여 준다. 이와 동시에, 유골을 발견하는 영화의 초반부를 통해 200여 년의 시간을 사이에 둔 ‘퍼스트 카우’의 도착과 허드슨강 증기선의 풍경을 겹쳐 놓으면서 역사의 진행에 대한 비관의 그림자를 전면에 드리우고 있다. [황미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