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는 유대인 전통 장례 의식을 뜻한다. 영화에서 결혼식 혹은 장례식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둘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친인척이 한데 모인다는 점이다. 미혼, 게다가 아직 취업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절대 참석하고 싶지 않은 행사인데, 이런 심정은 만국 공통임을 영화는 확인시켜 준다.

누구의 장례식인지도 모른 채 끌려 온 대니얼에게 친척들은 남자 친구는 있냐, 진로는 정했냐 등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붓는다. 엄마는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딸을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고, 아빠는 소지품을 잃어버리고 허둥대는 등 별 도움이 안 된다. 억지 미소와 마음에도 없는 대화를 이어가던 대니얼의 앞에 헤어진 연인 마야와 슈거 대디 맥스까지 등장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 방 저 방으로 피해 보지만 실수로 화장실에 놓고 온 핸드폰 때문에 조건 만남을 하고 있음을 마야에게 들키게 되고, 맥스의 아내 킴마저 둘의 관계를 눈치챌 위기에 처한다. 

집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타이트하게 잡은 프레임, 아기 울음소리와 중동 유럽 유대인 전통의 날카로운 현 음악은 폐소 공포증을 일으키게 할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은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탈출이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하는 매력도 있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과 주위 사례를 토대로 한 영화인만큼 지금 젊은 세대의 욕망과 불안을 생생하고 유려한 흐름으로 포착한 수작이다. [정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