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 초라’는 독일의 급진적인 게릴라 여성 운동의 이름이다. 이 운동은 68혁명 전후로 형성된 사회 운동의 영향 아래에서 성장했으며, 무정부주의적이고 여성주의적인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억압적인 현대 사회에서 해방되기 위한 운동을 실천했다. 로테 초라는 낙태법, 성차별, 유전공학, 원자력 발전 등 지배 체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문제를 찾아 인명 피해를 낳지 않는 선에서 관련 장소를 습격하고 문제를 알리는 폭력 투쟁을 병행했다. 로테 초라의 멤버들을 포함한 많은 여성 운동가의 인터뷰는 당시에 여성의 힘을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일에 관한 문제의식, 그리고 당시 여성 운동이 지녔던 폭넓고 깊은 공감대와 이에서 비롯된 집단성 및 국제적인 연대 활동에 관한 문제의식 등을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로테 초라의 활동이 폭력과 비폭력의 문제보다는 ‘폭력’과 ‘힘의 표현’ 사이의 관계 및 차이에 관한 물음 속에서 사유되어야 하는 것임을 일깨운다. 이는 칼싸움 및 무술 동작을 춤사위로 보여 주는 퍼포먼스에서도 북돋워진다. 현대 여성 운동에서 ‘힘’을 드러내고 실천하는 일은 어떤 전략과 모습을 띨 수 있을까? 영화에서 얼굴을 보이지 않는 로테 초라 멤버의 목소리는 강과 바다의 물결 장면과 함께 들려온다. 로테 초라는 여성 운동이 지닌 공감과 실천의 힘, 그리고 그 힘이 일으킬 물결을 다시금 묻고 사유하도록 하는 이야기를 품고 전 세계에 전해지고 있다. [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