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자매애 - 1970년대 일본 우먼리브 운동의 여성들>은 (적어도 한국 관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1970년대 일본 여성 해방 운동, 이른바 “우먼리브”의 역사와 전개, 그 유산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당시 운동의 주역들이 모여 나누는 대화와 자료들에는 시위 조직과 참여, 선언문, 뉴스레터와 팜플렛 제작, 극예술 활동 등 접하기 어려운 정보와 증언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여성 각자 각자가 ‘우먼리브’와 만나 자아의 중대한 변화를 겪고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계기들을 여전히 벅차오르는 감정과 함께 이야기하는 순간들이다. 다큐멘터리의 뼈대를 이루는 열두 명의 여성들의 인터뷰가 이루어진 장소는 나카이즈 신슈인데, 리브 운동의 태동기에 몇 차례나 열렸다고 하는 전국 리브 합숙의 첫 번째 회합의 장소이다. 1970년 그 날의 풍경 역시 이러한 순간들로 꽉 채워져 있었을 것이다. 당시 좌파 운동과의 관계, 페미니스트 그룹 간 차이와 이견, 그리고 미국 반전 운동과 페미니스트 운동과의 관계 등이 대화와 인터뷰에서 암시되지만, 그것들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은 이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먼리브’ 운동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와 헌신, 그리고 충돌과 모순들이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다층적으로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를 친밀하고 우호적으로 기억하자는 것이다. [황미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