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대만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새롭게 해석한 영화. 여성이 남성과 여성 역할 양쪽을 맡아 이성애 로맨스를 연기한다는 점에서는 일본의 다카라즈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종종 등장하는 일본어 대사나 애니메이션!),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 특히 중년 여성들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영화를 안정감 있게 뒷받침하는 느낌이야말로 이 영화만의 장점이라 할 것이다.

인터넷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현대에, 타이페이에 실제 존재하는 인터넷 프리 시범 지역을 배경으로 삼고, 인쇄소와 편지배달, 서예와 냄새를 주요한 미장센으로 제시하는 것은 일견 생소하다. 하지만 이는 원작인 셰익스피어의 설정을 살리기 위한 것인 한편, 우리의 상상력 속에서 근미래와 과거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 그리하여 이 영화가 제시하는 여성들만의 세계가 또 다른 우주에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을 은유한다. 

영화 속 네 쌍의 커플 모두가 이성애에 기반한 결혼을 하지만, 사실 내 눈길을 끈 것은 오히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역인 실리아가 로잘린드와 맺는 단짝 친구로서의 우정과 로맨틱 러브를 넘나드는 파트너십이었다. 특히 영화 중반, 수염을 그려 넣은 실리아의 웃는 얼굴은 성별과 젠더적 표식을 일치시키라는 사회적 요구를 넘어선 곳에 존재하는 어떤 아름다움을 증명한다. 여성들이 연기하는 이성애 로맨스가 배경이 되면서 원전에 숨겨져 있던 실리아와 로잘린드 간의 퀴어한 관계성이 표면화되는 순간 또한 <우리 뜻대로>를 해석하는 중요한 단서일 것이다. [김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