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는 바람>은 관습적으로 삶의 방식이나 태도를 받아들이고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의 ‘선택들’과 그 선택들이 가져온 삶의 결에 관한 아름답고 풍성한 이야기다. 우리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싸움의 언어를 넘어 그 이후에 획득해 나가는 일상의 풍경들과 단단해지는 마음의 근육들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비혼의 삶을 선택한 주인공들은 제각기 다른 동기와 상황 속에서 삶의 방식을 선택해 온 과정에서 획득한 질문과 성찰을 공유한다. 그리고 비혼의 삶이란 누구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 중 하나이며, 관계 맺음과 연대를 기반으로 해야 유지될 수 있는 삶의 방식임을 생존과 돌봄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 영화 <나를 깨우는 바람>은 비혼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넘어 비혼의 삶이란 무엇이며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선택과 내용들은 무엇인지 섬세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이어 나간다. 결혼 제도와 이성애 중심 연애 관계 바깥에 머무는 삶(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을 선택할 때 주인공들이 직면하는 두려움, 주저하는 마음, 주변 사람들의 걱정들과 마주했던 경험들, 비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일상의 태도와 관계 맺기에 관한 성찰들이 빛난다. 정치적 선택이나 입장을 넘어 ‘누구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영화. [이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