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경력을 시작한 제니퍼 켄트는 연출로 방향을 바꾸기로 하고, 라스 폰트리에 감독의 <도그빌> (2003)에서 연출부로 일한다. 그 이후, 만든 첫 번째 작품이 2005년 연출한 단편 <괴물>이다. 괴물에게서 어머니를 지키겠다는 아이, 아이의 말을 믿지 못하지만, 곧 사악한 존재가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어머니. 이것이 10분 정도 되는 단편의 줄거리다. 그리고 그 단편을 확장시켜 만든 장편 데뷔작이 <바바둑>이다. 아이와 어머니로 나누어 맡겨진 중심 스토리는 장편에서도 유지된다. 그래서 아이의 이상 행동이 중심에 오는 전반부는 영국의 켄 로치나 마이크 리가 그 후반부의 시나리오를 이어 써도 좋을법한 사회적 리얼리즘의 분위기를 내비친다. 그런데 제니퍼 켄트가 선택한 후반부 어머니의 이야기는 수면 박탈, 괴물 출현, 모성 붕괴 등에 이어 나타나는 공격적 우울증의 순간들을 보여 준다. 단편에서나 장편에서나 간병, 가사, 육아 등 어떻게 세분화하든지 여성의 돌봄 노동이 그 중심에 온다. 다만 단편과 장편 사이에 존재하는 약 10년의 터울 너머로 어머니는 사회적으로 정서적으로 더욱 취약해졌고, 괴물 재림의 가능성 역시 그만큼 증가해 있다.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