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여성 노동이 가정 내 재생산 노동에 한정되어 있던 1950~60년대 호주의 젠더 구조를 반추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곧바로 반세기쯤 더 거슬러 올라 여성 참정권 역시 당연하지 않던 20세기 초반을 상기해 보라면서 지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젠더 상황이 사실 본래 그렇게 주어진 것이 아님을 상기하라고 주문한다. 1950년대 이래의 지금까지 이어진 다양한 여성 운동들을 자료 화면과 그 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회고를 따라 보여준다. 이 영화가 그렇게 전하는 여성 해방 운동의 역사는 그저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미리 정해진 길이 아니다. 인류 보편적 인권의 차원에서 여성 문제가 제기되는가 하면, 대안적 가치를 주창하는 평화 운동 내부의 여성 차별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여성 운동이 정책 개발의 단계로 전환할 때 비주류 그룹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또 여성 운동 초기에 주장한 보편 인권이 백인 중심의 보편 인권은 아니었는가 등 여성 운동이라는 큰 범주 안에 노동, 계급, 인종, 섹슈얼리티 등 다양한 논점들이 운동 방향을 곤란하게도, 또 동시에 풍성하게도 만들어 왔음을 보여 준다. 이 영화가 보내 온 성찰은 여성 운동은 언제든 배제적이기보다 상대적 관점에서 포괄적인 소수의 보편 운동으로서 자기 갱신의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대해 지금 우리는 어찌 응답할 수 있을 것인가.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