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자기 결정권 중 하나로 임신중단의 권리를 법으로 존중한 '로 대 웨이드' 판례가 효력을 발휘하기 전인 1960년대 후반, 임신중단 수술은 지하에서 마피아의 관리 하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위생과 안전에 대한 확보 없이 높은 가격을 치르고 자신의 몸을 마피아 조직에 내맡겨야 했던 여성들의 회고를 듣다 보면 공감으로 몸서리 쳐지는 동시에, '제인들'이 행하던 '불법' 수술과 케어가 얼마나 긴급하고 간절한 것이었던지를 이해하게 된다. 인상적인 것은 ‘제인들’의 상호 공감과 여성 간 사회적 차이들에 대한 교차적 인식으로 인한 정교함이다. 마피아 외에 교회에서도 사회적 봉사의 의미로 임신중단이 필요한 여성들을 도왔지만, 제인들이 행하던 수술과 회복의 과정만큼 세심하게 여성을 배려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임신중단이 단순히 불법일 뿐 아니라 계급과 인종을 포함한 그 모든 권력의 문제임을 알고 있었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아카이브 푸티지는 당시 여성 운동의 환희와 고민을 이해하게 하며, ‘더 제인스’ 멤버들을 비롯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여성들의 존재감, 그리고 그들의 용기는 지금 시의적절하게 공명한다. 법과 제도와 상관없이 여성들의 역사는 서로의 연대와 용기로 진전되어 왔다. [황미요조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