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의 울창한 정글 마을, 일주일 전부터 ‘괴수’를 봤다는 목격자가 늘어나자 마을 목사와 주민들은 악인의 혼령이 둔갑한 것이라 믿는다. 연락이 되지 않는 오빠 마테오를 찾아 마을에 갓 도착한 열일곱 살 에밀리아는 오빠가 사라진 지 일주일이 됐다는 걸 알게 된다. 정글 한복판에 낡은 호텔을 운영하는 이모는 에밀리아를 반기지 않는 눈치다. 라디오도, 나침반도 자꾸만 고장 나는 정글에서 에밀리아가 오빠를 찾는 과정과 사춘기의 달뜬 열병이 겹친다.
아구스티나 산마르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불안하고 관능적인 세계를 펼쳐 내어 관객에게 최면술을 건다. 스릴러와 공포, 판타지를 넘나드는 영화에서 안개에 잠긴 정글 마을은 그 자체로 거대한 미스터리다. 에밀리아의 언니까지 삼 남매는 엄마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어떤 사정인지 설명되지 않는다. 에밀리아가 극복하려 하는 고통의 존재조차 모호하다. 명확한 해답 대신 연쇄 작용처럼 동성애를 넘나드는 에밀리아의 성적 충동, 맹목적 종교 집회처럼 느껴지는 주민들의 괴수 사냥, 정글을 배회하는 흰 소 등의 이미지가 외딴 정글의 고요함을 어지럽히며 관객을 몽환에 빠트린다. 감독이 영향을 받았다는 페드로 코스타,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데이비드 린치 등의 유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나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