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더 이상 거기서 기쁨을 느끼지 못할 때 사람은 종종 망연해진다. <바라던 바다>는 이러한 감정의 추이를 덤덤하게 그려낸다. 구구절절한 대사나 군더더기 묘사 없이 인물의 감정을 간결하게 영상화했다는 점은 큰 미덕이다. 졸업 영화제를 앞두고 후반 작업에 필요한 파도 사운드를 찾기 위해 예전 영상들을 검색하던 초영은 우연히 카메라에 담긴 과거의 자신을 보게 된다. 영화 만들기의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던 자신의 낯선 얼굴을. 그것이야말로 감독이 바라던 바다. [김현민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