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어. 우리 이별이야, 이별. 안녕!” 한 소녀가 고양이에게 말한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대규모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에 남겨진 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이 고양이들을 안전하게 이주시키려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인간과 고양이 모두 아파트의 주민이다. 이런 시선과 입장으로 영화는 인간, 고양이, 아파트 사이를 누비며 인간, 동물, 도시 생태계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그저 인간이 고양이를 돌보는 일의 중요성만이 아닌 서로의 관계맺음을 고찰한다. 활동가들은 고양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자칫 가부장적인 문화를 답습할 수 있는 종속적인 관계를 경계하는 한편, 고양이와 상호의존하면서도 독립적인 관계를 지향한다. 이 개입이 괜찮은지 돌아본다. 그럼에도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인간 위주의 환경에서, 쓰이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주위를 살핀다. 카메라는 그 낮은 시선에서 보이는 고양이들의 몸짓과 표정을 바라본다. 그러다 고양이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이 있다. 영화는 그 눈빛에서 불안보다 당당함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이곳도 우리의 터전이라고. 그렇다면 이 자본과 속도 위주의 사회는 재난 속 동물들에게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낡은 아파트가 철거되고 초고층 아파트가 건설되기 전 잠시 원상회복된 땅을 훑는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가 강조점을 남긴 이 질문을 떠올린다. [장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