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인의 성관계 영상 유포로 인해 한순간에 일상이 흔들리게 된 딸 연수, 그런 연수와 애증 관계에 놓인 엄마 경아에 관한 이야기. 애정과 원죄 의식과 통제 욕구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기묘한 모녀 관계에 대한 훌륭한 고찰이 돋보인다. 이 영화가 성범죄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세운 이전의 영화들과 달리 진일보한 점이 있다면 연수의 정체성을 '절망에 빠진 여성'이 아닌 '자신의 삶을 되찾고자 분투하는 여성'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성교 장면을 직접적으로 재현하지도,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도, 피해자의 고통을 자극적으로 전시하지 않고도 충분히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입증하는 영화. 특히 하윤경 배우의 피해자다움을 답습하지 않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김아카, 씨네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