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외곽 방리외에 사는 알제리계 10대 여성 네지마는 어느 여름날 사랑에 빠진다. 상대는 라이벌인 카린의 사촌 지나. 무리지어 다니는 이민 2세대에게 이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사건이자 실존적 문제다. 혼란스러운 네지마는 낮이면 친구들이 지나를 괴롭히는 일에 억지로 동참하고, 밤이면 아파트 옥상에서 지나와 비밀스레 만나 사랑을 키워 간다.
<베스티스>는 프랑스 국립 영화 학교 라 페미스에서 연출을 전공한 마리옹 드세뉴라벨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드세뉴라벨은 학생 시절 파리 외곽에 사는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봉사자로 6년간 일하며 10대 이민자 문화를 알게 됐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이 <베스티스> 속 캐릭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베스티스>는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는 퀴어영화다. 여성이면서 10대이고, 이슬람교도 어머니 아래 자란 알제리계 프랑스인이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 이 복잡미묘한 교집합을 드세뉴라벨 감독은 섬세하게 재현한다. 네지마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롱 테이크와 클로즈업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걸후드>(2014)를 떠올리게 만들며, 보랏빛의 화려한 조명은 네지마와 지나의 사랑을 산뜻하고 가벼운 것이 아닌, 진지하고 무거운 그것으로 완성시킨다. [배동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