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리타의 표정과 몸짓을 따라가던 카메라가 결혼 생활이 악화될수록 점차 주관적 시선을 획득한다. 한 번도 그를 놓친 적 없던 카메라가 어지럽혀진 공간을 뒷걸음치며 벽 너머의 랄리타를 지나 점점 멀어지고 낮아진다. 바닥에 가득 쌓인 가사 노동의 흔적과 함께 멀리 앉아 모든 것이 소진되어 버린 듯한 랄리타를 담는 카메라의 흔들림이 가정과 일 그리고 학업이라는 삼중 부담을 시각화한다. 내러티브를 전개하던 랄리타의 보이스 오버는 엔딩에 이르러 자신보다 먼저 자립한 라마에게 도착한다. 그리고 한 여성의 사변적 이야기는 내적 독백을 넘어 여성 연대의 힘으로 확장된다. 집 밖은 많은 비가 내리고 자동차로 위험천만하지만, 빠르고 힘차게 길을 건너 랄리타가 우리에게로 온다. [A, 『HAE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