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와일러가 두 번 영화로 만든 릴리언 헬먼의 희곡 『아이들의 시간』이 그랬던 것처럼, 리메이미의 1982년작 <여학교>는 거짓말쟁이 학생이 지어낸 여자학교 내의 동성애 소문과 그에 따른 괴롭힘을 다룬다. 단지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은 1980년대 초 대만이고, 지나치게 친해 소문의 표적이 된 즈팅과 자린은 선생이 아닌 학생이다.
영화는 20세기 중후반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나온 청소년 주인공 멜로드라마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공유한다. 보수적이고 체제 순응적이고 교사의 이미지는 긍정적이다. 학교 묘사 곳곳에 보여지는 군국주의의 흔적은 비슷한 시기를 거친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 영화에서 그리는 ‘동성애’는 오해이고 교정되어야 할 무언가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성애자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는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 모자랐는지,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가기 전 다소 섬뜩한 과정을 거친다.
대만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된 지금 보기에 40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시대의 유물이다. 하지만 영화의 끈질긴 변명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의 감정은 여전히 절절하고 무엇보다 호모포비아에 대한 비판은 의도와 상관없이 정곡을 찌른다. [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