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메이저 스튜디오 시대로 들어선 이후 사실상 유일한 여성 감독이었던 아이다 루피노의 존재가 지니는 의미를 담을 뿐만 아니라, 당시 여성이 감독으로, 제작으로 얼마나 일하기 힘든 환경이었는지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아이다 루피노 역시 배우로서 남성 중심의 할리우드 공장 속 다수의 작품에서 대상화되었던 경험이 있었고, 스스로 그러한 역할보다 좀 더 진지하게 영화라는 예술 형태 속 주체로서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는 첫 영화 <낫 원티드 Not Wanted>(1949)부터 낙태, 미혼모 같은 소재가 작품으로서는 물론 사회 내에서도 금기시되었던 당시에 자신만의 연출 방법으로, 자극적인 요소 없이 풀어냈고 기성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과는 전혀 다른 인물을 내세웠다. 이 영화는, 알고 보면 루피노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그는 10대 때 소아마비를 겪었다고 한다) <두려움 없이 Never Fear>(1950)부터 여성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감독과 배우를 동시에 맡은 <이중 결혼 The Bigamist>(1953)은 물론, 훗날 TV 연출자로 일하기까지의 작품을 굉장히 친절하게, 그리고 실감나게 전달하면서도 아이다 루피노의 생애와 영화사에서 가지는 의미, 여성이 경시되었던 사회적 배경까지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엮어 내어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해냈다.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