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뉴욕에서 돌아온 칭은 오랫동안 사랑했던 여자친구에게 실연당한 후 여행을 하다 우연히 화가 샨을 만나게 된다. 그녀 또한 실연의 아픔을 가진 인물로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을 가졌지만 한편으론 사랑에 대한 욕망과 열정을 가진 레즈비언이다. 그들은 샨의 친구 집에 머물면서 얼마 동안 아름다운 자연과 고요한 일상을 함께하게 된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샨은 차츰 칭에 대해 새로운 사랑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 칭도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만 그녀를 통해 하룻밤보다 훨씬 심오한 인생과 사랑에 대한 가치를 깨달았음을 편지를 통해 남기고 떠난다.
 감독은 첫 작품 <내 사랑은 어디에>(1995)에서 게이의 사랑을 다룬 데 이어 이번엔 레즈비언의 사랑을 다룬다. 원제인 ‘해각천애’(海角天涯)는 세상 끝과 같이 아주 먼 곳을 뜻하는 말로 이것은 영화 속에서 지리적인 배경인 동시에 인물들의 심리적 위치를 의미한다. 두 여인은 모두 내면적으로 위태롭고 외로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감독은 삶의 의미나 사랑의 진실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담담히 그린다. 두 여자의 평범한 일상과 거대한 자연을 교차시키면서 동성애를 뛰어넘어 보편적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대만 최초의 레즈비언 영화다. (배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