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앙카라에서 일어난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블랙 코미디로 터키의 결혼관계에 작동하고 있는 가부장제의 문제를 통렬하게 꼬집고 있다. 영화는 마을의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모여 있는 여인들에서 시작된다. 슬로우 모션과 빠른 교차 편집으로 담아내고 있는 이 장면에는 심상치 않은 미래를 예고하듯 사운드가 빠져 있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엄청난 가스 폭발이 일어난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화로 가까이에서 축제의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던 마을 여자들. 홀아비들만 남은 마을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그 결과 참화로 변한 결혼식의 주인공이었던 신랑에게 독일 여성이 공개 청혼을 한다. 이 여성과 함께 독일 텔레비전 제작팀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이색적인 결혼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이 모든 사건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유일한 인물은 결혼식에 가지 않아 마을 여자들 중에서 홀로 살아남았지만 실성한 여자.
 ‘여성들은 디테일을 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생산하는 모성 본능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성들은 보다 진보적이다. 남성들은 삶의 표면에 머물러 있지만 여성들은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감독 빌게 올가치의 생각을 탁월하게 구현한 대표작이다. 갑자기 여성 없이 살아가야 하는 남성들을 통해 그들이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취급해왔는가를 꼬집는다. 여성들은 섹스와 노동을 제공하지만 결혼으로 사고팔 수 있는 비천한 존재라는 것. (남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