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결별한 레즈비언 마리나는 인생 최대의 위기감에 빠지게 되고 이를 계기로 그녀를 둘러싼 모든 문제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레즈비언이라는 표식은 무엇이며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규정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성적 판타지는 어떻게 작동하며 동성애에 이성애적 규범은 개입하지 않는 것일까? 질문과 고민은 또 다른 질문과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마리나가 자전거를 타고 런던을 가로지르며 만나는 주변인물들과의 조우를 통해서 확장된다.
 직접 주인공 마리나를 연기한 리사 고닉 감독은 매우 진지하고 지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이를 마치 영화에 흐르는 재즈 선율처럼 경쾌하고 가볍고 독특하게 유머러스한 감수성으로 표현해간다. 디지털 비디오로 촬영된 저예산영화 <너를 사랑해?>에서 이동성과 즉흥성이 강조된 카메라 기법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인칭 내레이션은 일종의 자서전적 글쓰기인 이 영화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권은선)